관절염, 연골판 손상, 근력 약화 등 원인은 여러 가지
통증 부위와 경과를 적어 정형외과에서 확인할 필요
평지를 걸을 때는 멀쩡하던 무릎이 계단 앞에서 시큰하거나 찌릿해지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계단 통증은 무릎 관절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는 흔한 신호로 꼽힌다. 다만 나이가 들면 으레 겪는 일로 넘기는 것도, 아프다고 곧바로 관절염으로 단정하는 것도 맞지 않다.
내려올 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무릎이 받는 부담은 동작에 따라 달라진다. 흔히 평지 걷기는 체중의 1~2배, 계단 오르기는 3~4배, 계단 내려오기는 5~7배로 설명한다. 이 계산대로라면 몸무게 70kg인 어르신이 계단을 내려올 때 무릎에 실리는 힘은 최대 490kg에 이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어림값이어서 걸음걸이와 체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를 때는 굽힌 무릎을 펴면서 허벅지 앞 근육을 주로 쓴다. 내려올 때는 몸무게를 받아내며 충격까지 흡수해야 하므로 연골이 직접 눌리기 쉽다. 내려올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계단 통증과 관절염은 같은 말이 아니다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퇴행성 관절염(연골이 닳아 생기는 관절 질환)이 꼽힌다. 60세 이상에서 흔하고 서서히 시작하며, 아침에 무릎이 뻣뻣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무릎 앞쪽이 아프고 쪼그려 앉기 힘들다면 슬개골 연골 연화증(무릎 앞 뼈 아래 연골에 생기는 문제)을 의심해 볼 수 있으며, 여성에게 흔한 편이다.
갑자기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고 무릎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든다면 반월상 연골판(무릎 안에서 쿠션 구실을 하는 연골) 손상일 수 있다. 외상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고 젊은 층에서도 생길 수 있다. 대퇴사두근(허벅지 앞 근육)이 약해져 무릎을 제대로 받쳐 주지 못하는 경우, O자 다리나 과체중으로 연골이 한쪽만 닳는 경우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아픈 자리는 진단의 실마리가 된다. 앞쪽 통증은 슬개골 연골 연화증이나 슬개건염(무릎 앞 힘줄의 염증), 안쪽 통증은 퇴행성 관절염이나 안쪽 연골판 손상과 관련될 수 있다. 바깥쪽은 바깥쪽 연골판 손상이나 장경인대 증후군(허벅지 바깥 인대에 생기는 통증), 뒤쪽은 베이커 낭종(무릎 뒤에 생기는 물혹)이나 근육 문제 등을 살펴본다. 그러나 통증 부위와 병명은 별개로 봐야 하며, 진단은 진찰과 검사를 거쳐야 내릴 수 있다.
흔한 오해도 있다. 파스는 통증을 잠시 가릴 수는 있어도 원인을 해결하는 것과는 별개다. 통증이 없을 때 관리를 멈추는 것도 좋지 않고, 운동을 하면 무릎이 무조건 나빠진다는 생각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다만 계단 오르내리기 자체를 운동 삼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당장 진료가 필요한 경우와 지켜볼 수 있는 경우
갑자기 통증이 심해졌거나 무릎이 크게 붓고 열이 나는 경우, 걷기 어렵거나 무릎이 걸려 움직이지 않는 경우, 힘이 빠져 쓰러질 뻔한 경우에는 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단순 관절염 이상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증이 이어지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일상이 불편하거나 잠을 설칠 정도라면 일주일 안에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가끔 아프거나 계단에서만 아픈 정도라면 응급은 아닐 수 있다. 그래도 한 달 안에는 진료를 받아 상태와 진행 여부를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평지에서도 아프거나 일상 동작까지 불편해지면 약물, 물리치료, 주사 치료 등을 의사와 상의하게 되고, 계단을 오르지 못할 만큼 통증이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까지 검토할 수 있다.
통증이 갑자기 심해졌거나 부기가 클 때, 낙상 위험이 있을 때, 관절염이 3~4기로 진행된 경우에는 계단을 피하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걷는 순서와 허벅지 근력부터 확인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면 난간을 잡고 한 칸씩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기본이다. 오를 때는 덜 아픈 다리를 먼저, 내려올 때는 아픈 다리를 먼저 내딛는다. “좋은 다리는 천국으로, 아픈 다리는 지옥으로”라는 말로 기억하면 쉽다. 신발은 발에 맞고 쿠션이 좋은 운동화가 알맞으며, 굽 높은 신발과 슬리퍼는 피하는 것이 좋다. 집 계단은 난간이 튼튼한지, 조명이 밝은지, 미끄럼 방지 장치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계단을 다닌 뒤 아프면 15~20분 앉아 다리를 올려 쉬고, 수건에 싼 얼음으로 15분가량 찬찜질을 하는 방법이 있다. 진통제는 필요할 때 약사와 상의해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이미 처방약을 먹고 있다면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운동은 허벅지 근력을 기르는 동작이 중심이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쭉 펴고 5초 버티기, 벽에 기대 30도만 앉았다 일어나기를 10회씩 3세트 하는 방법이 소개된다. 수영, 저항을 낮춘 실내 자전거, 평지 걷기처럼 부담이 적은 유산소 운동도 함께 할 수 있다. 체중을 줄이면 계단에서 무릎이 받는 부담도 덜 수 있고, 쪼그려 앉기와 양반다리를 피하고 의자 생활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등산 스틱이나 무릎 보호대는 보조 수단으로 쓰되, 보호대를 오래 차고 지내는 것은 삼가는 편이 좋다.
먼저 오를 때와 내려올 때 중 언제 더 아픈지, 무릎 어느 쪽이 아픈지, 언제부터 그랬는지를 적어 둘 필요가 있다. 이를 가지고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로 관절 간격과 뼈 상태를 확인하고, 연골이나 인대를 자세히 봐야 하면 MRI가 필요한지 물어볼 수 있다. 운동 강도와 복용 중인 약에 대해서는 담당 의사와 약사에게 함께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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