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뻐근함과 생활이 달라지는 통증은 구분해야 한다
걸음걸이와 계단 동작을 살핀 뒤 정형외과 진료에 함께 간다
명절에 만난 어머니가 무릎을 만지며 “좀 쑤시네” 하고 넘어가면 자녀는 나이 탓이려니 생각하기 쉽다. 다만 이 말이 곧 가벼운 통증을 뜻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자식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 어르신이 증상을 줄여 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이 통증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나이가 들면 당연히 아프다는 생각, 진료비 걱정, 큰 병이 나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겹칠 수 있다. 그래서 무릎 관리는 어르신의 말만 듣기보다 평소 움직임을 함께 살피는 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말보다 걸음걸이와 계단 동작을 살핀다
먼저 볼 것은 걸음이다. 절뚝거리는지, 몸이 한쪽으로 기우는지, 걸음이 예전보다 느려졌는지 살핀다. 계단에서는 난간을 꼭 잡는지, 한 발씩 천천히 옮기는지, 내려올 때 더 힘들어하는지 확인한다.
일상 동작의 변화도 신호가 될 수 있다. 앉았다 일어서기를 힘들어하거나 화장실과 목욕에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외출을 꺼리는 모습이 그렇다. 얼굴을 자주 찡그리거나 한숨이 늘고 웃음이 줄었다면 통증이 마음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묻는 방식도 중요하다. 괜찮은지만 물으면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쉽다. 요즘 얼마나 아픈지, 계단을 오를 때 힘든지, 밤에 잠은 잘 자는지처럼 구체적으로 물어야 실제 상태에 가까운 답을 들을 수 있다.
자녀의 관찰과 의사의 진단은 다르다
이런 변화가 보인다고 모두 관절염(관절에 염증이 생겨 아프고 붓는 병)은 아니다. 무리한 뒤 잠깐 뻐근한 것과 걷기나 계단 오르기 같은 생활이 달라질 만큼 이어지는 통증은 구분해야 한다. 자녀의 관찰은 진료를 받을 계기일 뿐이며, 원인과 진행 정도는 진찰과 X선 검사 등을 거쳐 의사가 판단할 일이다.
체중 관리는 흔히 권하는 방법이다. 체중 1kg이 무릎에는 4kg 정도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감량한 만큼 통증이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일찍 관리를 시작한다고 수술을 반드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치료 방향은 무릎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식사와 운동은 잔소리보다 함께하는 쪽이 낫다는 조언이 많다. 채소와 생선을 곁들인 반찬을 만들고 단 음료 대신 물이나 녹차를 두는 일, 주말에 공원을 같이 걷거나 수영장의 아쿠아로빅, 복지관 프로그램을 함께 알아보는 일이 그 예다. 운동 시간과 강도는 어르신의 통증 정도에 맞출 필요가 있으며, 어떤 운동이 맞는지는 진료 때 물어보면 된다.
더 살펴야 할 어르신과 서둘러야 할 때
혼자 사는 어르신, 이미 관절염 진단을 받은 어르신, 여러 약을 함께 먹는 어르신은 더 자주 살필 필요가 있다. 관절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낙상(넘어지거나 떨어져 다치는 일)은 골절과 수술, 거동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욕실에는 안전 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매트, 샤워 의자를 두고, 침실에는 야간 조명을 켜 두며, 거실의 장애물을 치우고 카펫을 고정하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바닥에 앉는 생활을 의자와 침대 중심으로 바꾸는 방법도 있다.
약 관리도 자녀가 거들 수 있는 일이다. 어르신은 약을 건너뛰거나 여러 약을 헷갈리거나 효과가 없다고 여겨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일주일 약통에 함께 나눠 담고 전화로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이런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장 불편이나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에게 전하고,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반대로 기다리면 안 되는 때도 있다. 심하게 넘어졌을 때, 갑자기 움직이지 못할 때, 통증이 극심할 때, 관절이 심하게 붓고 열이 날 때는 바로 병원에 가야 하고, 필요하면 119에 전화한다. 이런 경우는 다음 진료일까지 지켜볼 일과는 별개다.
진료 동행부터 제도 확인까지 나눠 맡는다
병원 문턱을 낮추는 일은 예약에서 시작된다. 어르신이 귀찮거나 혼자 가기 부담스러워 미루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녀가 날짜를 잡고 첫 방문에 함께 가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진료실에서는 의사의 설명을 메모하고, X선 결과와 치료 방향, 약 먹는 법, 다음 예약을 정리해 둔다. 수술 이야기가 나오면 수술이 꼭 필요한지, 재활은 어떻게 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를 가족이 함께 묻는 것이 좋다.
돌봄을 한 사람이 떠안으면 오래가기 어렵다. 형제자매가 병원 동행, 방문, 전화 안부를 나눠 맡고 가족 단체방에 검진 결과와 특이 사항을 공유하는 방법이 있다. 통증과 씨름하는 어르신은 우울하거나 가족에게 짐이 된다고 느낄 수 있으므로, 안부 전화에서는 체중이나 운동을 탓하기보다 건강 외의 이야기도 나누고 공감하는 말을 건넬 필요가 있다.
비용과 돌봄이 부담이면 제도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돌봄을 지원하는 사회보험)은 등급을 받으면 방문 요양과 목욕, 복지용구 지원을 이용할 수 있고, 저소득층은 의료급여와 본인부담 경감 제도의 대상인지 알아볼 수 있다. 자격과 신청 방법은 형편에 따라 다르므로 주민센터 복지 담당 창구, 노인복지관,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면 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부모님께 전화해 요즘 무릎이 얼마나 아픈지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다. 이어 최근에 X선 검사를 받았는지 확인하고, 받은 적이 없거나 통증이 이어진다면 정형외과 진료 날짜를 잡아 함께 가는 것이 좋다. 다음 진료 시기와 정기 검사 간격은 담당 의사에게 묻고, 먹는 약이 여러 가지라면 약사에게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