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부작용 걱정과 합병증 위험은 나눠서 따져 볼 문제다
약을 바꾸거나 끊기 전에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당뇨 진단을 받은 어르신이 약 봉지를 받아 들면 “이 약을 평생 먹어야 하나”라는 물음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 물음 뒤에는 부작용 걱정, 약값 부담, 한번 시작하면 끊지 못한다는 불안이 겹쳐 있다. 다만 약을 오래 먹는 것과 약에 의존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며, 이런 오해가 오히려 혈당 관리를 방해할 수 있다.
대부분 오래 이어 가는 치료, 이유는 병의 성격에 있다
당뇨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처럼 완치보다 관리를 목표로 하는 병으로 분류된다. 췌장 기능이 서서히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있어도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상태)이 이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약을 오래 복용하게 된다. 약을 끊으면 혈당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점도 같은 이유에서 나온다.
혈당이 정상으로 나온다고 해서 병이 나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 수치가 약 덕분에 유지되는 것일 수 있어서다.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약이 늘어나는 일도 있는데, 당뇨가 시간이 지나며 진행하는 질환이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혈당이 잘 잡히지 않을 때는 약을 거른 날, 식사와 운동, 스트레스나 감염, 약 효과 감소 등을 함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예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당뇨 초기이면서 체중을 크게 줄이고 생활습관을 고친 경우에는 의사 판단에 따라 약을 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검사 결과를 보고 의사가 정할 일이며, 혼자 판단해 복용을 멈추는 것과는 별개다.
약 부작용과 당뇨 합병증은 다르다
당뇨약은 종류마다 특징이 다르다. 메트포르민은 널리 쓰이는 약으로 초기에 소화 불량이 나타날 수 있어 식사와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DPP-4 억제제는 저혈당 위험이 낮은 편이지만 값이 비싼 편이고, SGLT-2 억제제는 체중 감량과 심혈관 보호 효과가 알려진 반면 요로 감염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설포닐유레아는 효과가 빠른 대신 저혈당(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진 상태) 위험과 체중 증가 가능성이 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힘이 강한 치료지만 역시 저혈당에 주의해야 한다. 약을 먹고 살이 찐다고 느끼면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약으로 바꿀 수 있는지 의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럽지만, 약 부작용과 합병증은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약 부작용은 약을 조정해 관리할 여지가 있는 반면, 혈당을 오래 방치해 생기는 시력 상실, 신장 투석, 발 절단 같은 합병증은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약이 췌장을 더 나쁘게 만든다는 말도 흔한 오해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이 췌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인슐린을 “마지막 단계”로 여기는 시각도 오해에 가깝다. 인슐린은 먹는 약으로 조절이 어렵거나 췌장 기능이 크게 떨어졌을 때, 수술이나 감염이 있을 때 쓰며 초기부터 쓰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따라 먹는 약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펜 형태의 주사와 가는 바늘이 나와 사용 부담도 줄었다. 주사 부위는 배, 팔, 허벅지를 돌아가며 정하는 것이 좋다.
임의 중단은 위험, 한약과 건강식품은 치료제가 아니다
특히 주의가 필요한 사람은 “약에 의존하기 싫다”는 이유로 스스로 약을 멈추거나 한약, 건강식품으로 바꾸려는 경우다. 건강식품은 치료제가 아니며 한약 역시 당뇨약을 대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함께 먹고 싶은 보조제가 있다면 먼저 의사나 약사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수술을 앞둔 어르신은 당뇨약 복용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메트포르민처럼 수술 전후 복용 방법을 조정해야 하는 약이 있기 때문이다.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함께 먹을 때도 알려야 하며, 스테로이드는 혈당을 올릴 수 있다. 자몽이나 많은 양의 녹차, 술도 약이나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빈속 음주는 저혈당 위험을 키울 수 있어 되도록 피하는 편이 낫다.
끼니를 거르는 날도 따로 생각해 둘 필요가 있다. 설포닐유레아와 인슐린은 식사를 하지 않으면 양을 조절해야 할 수 있으므로, 그런 날 어떻게 할지 주치의와 미리 정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약을 빠뜨렸을 때는 몇 시간 안이면 생각난 즉시 먹고 다음 복용 시간이 가까우면 건너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두 번 치를 한꺼번에 먹어서는 안 된다. 약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어 약사에게 확인해 두면 좋다.
복용 습관과 약값, 진료 때 확인할 것
복용의 기본은 매일 같은 시간에, 처방대로 먹는 것이다. 복용 시점은 약에 따라 식전, 식사 중이나 직후, 아침 한 번 등으로 다르다. 충분한 물과 함께 먹고, 서방정(약 성분이 천천히 나오도록 만든 알약)은 씹거나 쪼개지 않는다. 일주일치 약통, 휴대전화 알람, 달력 표시, 가족의 확인이 거르는 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약의 효과를 살리려면 생활 관리도 함께 가야 한다. 현미와 잡곡을 고르고 채소를 먼저 먹으며 단순당을 피하는 식사, 식후 걷기, 체중 관리, 7시간 이상의 수면이 흔히 권장된다. 다만 이런 습관은 치료를 돕는 것이지 약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며,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약값이 부담스럽다면 복제약(같은 성분으로 만든 다른 회사 약) 처방이 가능한지, 여러 성분을 하나로 합친 복합제로 알약 수를 줄일 수 있는지, 처방 기간을 3개월로 늘릴 수 있는지 의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의료급여 대상 여부, 건강보험 본인부담 경감, 만성질환 관리사업도 해당되는지 알아볼 만하다.
먼저 약 복용 시간이 일정한지 점검하고, 매일 혈당을 재며 이상 반응을 적어 두는 것이 좋다. 3개월가량마다 당화혈색소(일정 기간의 평균 혈당을 보여 주는 수치) 검사와 함께 진료를 받으며 약 조정이 필요한지 주치의에게 묻고, 먹고 있는 모든 약은 약사에게 함께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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