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관리의 한 축인 운동,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걷기다
걷기의 혈당 조절 효과와 약 조절은 별개의 문제다
복용 약과 합병증을 주치의와 확인한 뒤 하루 10분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친 어르신이 운동화를 신고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이 짧은 걷기가 혈당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약, 식사와 함께 운동은 당뇨 관리의 세 축으로 꼽히고, 그중 걷기는 돈과 장비가 거의 들지 않아 먼저 권유되는 운동이다. 다만 걷기가 효과적이라고 해서 약을 대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며, 걷는 시간과 방법을 잘못 잡으면 저혈당(혈당이 지나치게 낮아진 상태)이나 발 상처 같은 위험이 생길 수 있다.

근육이 당을 쓰는 원리, 효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몸을 움직이면 근육이 혈액 속 당을 에너지로 쓰면서 혈당이 내려갈 수 있다. 운동을 이어 가면 인슐린 민감도(같은 양의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는 정도)가 높아져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고, 이 변화는 운동 뒤 24~48시간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체중 관리, 심혈관 건강, 기분과 수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식후 30분 걷기로 혈당이 30~50mg/dL 내려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매일 걸으면 당화혈색소(최근 몇 달간의 평균 혈당을 보여 주는 수치)가 0.5~1% 낮아질 수 있다는 설명도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누구에게나 같게 나타나는 값이 아니다. 평소 혈당, 복용 약, 식사량, 걷는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본인의 변화는 직접 재 봐야 알 수 있다.

운동의 혈당 조절 효과와 약 조절은 별개다. 수치가 좋아졌다고 스스로 약을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되며,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식후 30분~1시간, 약간 숨찬 속도가 기준이다

걷기 좋은 때로는 식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가 꼽힌다. 식후 혈당이 빠르게 오르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반면 공복에는 저혈당 위험이 있고, 식사 직후에는 소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른 새벽은 혈압이 급히 오를 수 있어 특히 겨울에 피하는 편이 낫고, 너무 늦은 저녁 운동은 잠을 방해할 수 있다.

기본 목표는 하루 30분 또는 식후마다 10분씩 세 번, 주 5일 이상으로 일주일에 150분을 채우는 것이다. 운동을 쉬었던 어르신은 첫 주에 하루 10분을 편한 속도로 걷고, 15~20분, 25분으로 늘려 넷째 주쯤 30분에 이르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두 층까지 오르거나,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것도 시작이 될 수 있다.

속도는 옆 사람과 대화는 되지만 약간 숨이 찬 정도가 기준이다.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느린 편이고, 말을 잇지 못하면 빠른 편이며, 대략 1km를 12~15분에 걷는 속도에 해당한다. 허리를 펴고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며, 시선은 10m 앞에 두고 발뒤꿈치부터 딛는 자세가 권장된다.

걷기만이 답은 아니다. 근육은 혈당을 받아들이는 통로이므로 주 2회 정도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벽 팔굽혀펴기, 가벼운 아령, 고무밴드 운동을 곁들일 필요가 있다. 무릎이 약하면 수영이나 자전거가 대안이 될 수 있고, 스트레칭은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슐린 쓰는 어르신과 합병증 있는 어르신은 따로 살펴야 한다

가장 조심할 대상은 인슐린 주사나 당뇨약을 쓰는 어르신이다. 빈속 운동을 피하고 운동 전에 혈당을 재며, 수치가 100mg/dL 미만이면 간식을 먹고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주머니에 사탕을 챙겨 두면 식은땀, 어지러움, 떨림, 허기 같은 저혈당 증상이 나타날 때 바로 먹을 수 있다. 증상이 있으면 운동을 멈추고 당분을 섭취한 뒤 15분 후 다시 재 볼 필요가 있다.

합병증이 있으면 같은 걷기도 달리 봐야 한다. 망막병증(눈의 망막 혈관이 손상되는 합병증)이 있으면 무거운 물건 들기, 머리를 거꾸로 하는 자세, 격렬한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신경병증(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둔해지는 합병증)이 있으면 발에 상처가 생기기 쉬운 장거리 걷기나 달리기 대신 수영이나 자전거가 권장될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 고강도 운동과 갑작스러운 운동을 피하고, 운동 계획 자체를 의사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달리기나 등산 같은 고강도 운동은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도 의사와 상담한 뒤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반대로 합병증이 없고 혈당이 안정된 어르신이라면 빠르게 걷기가 무난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발과 혈당부터 확인하고 주치의에게 물어야 한다

당뇨가 있으면 작은 발 상처도 크게 번질 수 있다. 새 신발보다 길이 든 편한 운동화와 구멍 없는 면양말을 고르고, 걷고 난 뒤에는 발을 씻어 말리면서 물집이나 상처가 없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이상이 보이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물은 운동 30분 전에 한 잔 마시고 중간에 조금씩 보충하되, 당분이 든 이온 음료는 피하는 편이 낫다. 여름에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모자를 쓰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고 새벽 실외 운동을 피한다. 혈당은 운동 전과 운동 30분 뒤에 재어 기록해 두면 진료 때 참고가 될 수 있다.

가슴 통증, 심한 어지러움, 호흡 곤란, 관절 통증이 나타나면 바로 운동을 멈추고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 주치의나 약사에게 복용 중인 약이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는지, 어느 정도 강도까지 괜찮은지, 혈당을 언제 재야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첫 순서다. 운동 습관을 들이는 방법은 가까운 보건소나 복지관 프로그램에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