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혈당은 그 순간의 값, 당화혈색소는 약 3개월의 평균
본인 목표 수치와 다음 검사 날짜부터 확인
당뇨로 병원에 다니는 어르신이라면 “당화혈색소가 몇이냐”는 말을 한 번쯤 듣게 된다. 공복혈당은 집에서도 재 볼 수 있어 익숙하지만, 이 낯선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다만 당화혈색소가 좋게 나왔다고 해서 혈당 관리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적혈구에 붙은 포도당으로 석 달 평균을 본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 속 혈색소(헤모글로빈, 산소를 나르는 단백질)에 포도당이 얼마나 달라붙어 있는지를 재는 값이다. 적혈구의 수명이 약 120일이어서, 이 값을 보면 지난 3개월 안팎의 평균 혈당을 짐작할 수 있다. 공복혈당을 시험 한 번의 점수에 빗댄다면, 당화혈색소는 한 학기 평균 성적에 가깝다.
하루 혈당은 식사와 운동, 스트레스에 따라 오르내린다. 반면 당화혈색소는 긴 기간의 평균이어서 검사 전날 하루 음식을 조심한다고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혈액검사로 재며 금식은 필요하지 않고, 결과는 보통 당일이나 몇 시간 뒤에 나온다.
판정 기준은 5.7% 미만이 정상, 5.7~6.4%가 당뇨 전단계(당뇨로 넘어가기 전 단계), 6.5% 이상이 당뇨다. 평균 혈당으로 환산하면 6%는 약 126, 7%는 약 154, 8%는 약 183, 9%는 약 212, 10%는 약 240 정도로 볼 수 있다.
합병증과의 관계도 자주 거론된다. 당화혈색소를 1% 낮추면 심근경색 위험이 14%, 망막병증(눈 망막 혈관이 손상되는 병)을 비롯한 미세혈관 합병증이 37% 줄어든다는 수치가 흔히 인용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경향을 나타내는 값으로, 개인에게 같은 효과를 보장하는 것과는 별개다.
평균이 좋아도 저혈당은 숨어 있을 수 있다
당화혈색소와 자가 혈당 측정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 저혈당과 고혈당이 번갈아 나타나도 평균을 내면 수치는 정상에 가깝게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하루 중 혈당의 움직임을 보려면 자가 측정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공복혈당은 괜찮은데 당화혈색소만 높다면 식후 혈당이 높을 가능성이 있어, 식후 2시간 혈당을 재 보는 것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수치가 갑자기 올랐을 때는 약을 거른 일, 스트레스, 감기나 감염, 스테로이드 같은 다른 약의 영향, 식사 관리 소홀을 살펴볼 만하다.
수치 자체가 실제와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빈혈이 있으면 적혈구 수명이 달라져 수치가 왜곡될 수 있고, 콩팥 기능이 나쁠 때도 마찬가지다. 임신성 당뇨(임신 중 생기는 당뇨)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이런 사정이 있다면 검사 전에 의사에게 알려 두는 편이 좋다.
낮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어르신 목표는 따로
목표 수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일반적인 당뇨 환자는 6.5% 이하를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 어르신과 합병증이 있는 사람은 7~8%, 말기 환자는 8% 이하로 넉넉하게 잡기도 한다. 너무 낮추다 보면 저혈당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치가 6% 미만으로 계속 유지되는 경우라면 어르신은 특히 저혈당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8%를 넘는 수치가 이어지면 합병증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치료 점검을 미루지 않는 편이 낫다. 5.7~6.4%인 당뇨 전단계는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생활 습관을 고치기 시작할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수치를 낮추는 기본은 처방받은 약과 인슐린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현미와 잡곡, 채소를 먼저 먹는 식사, 단 음료와 야식 줄이기, 식후 30분 걷기, 체중 감량, 7시간 안팎의 수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수치가 좋아졌다고 스스로 약을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되며, 약을 바꾸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검사 주기부터 확인하고 진료 때 물어볼 것
검사 주기는 상태가 안정된 경우 3~6개월마다, 혈당 변동이 크거나 치료를 바꾼 경우에는 3개월마다가 기준이 된다. 마지막 검사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거나 1년이 넘었다면 검사부터 예약할 필요가 있다. 다음 검사일을 달력에 적어 두거나 가족이 알람을 맞춰 주고 병원에 동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진료 때는 혈당 기록, 복용 중인 약 목록, 이전 검사 결과, 증상 메모를 챙겨 가면 상담이 수월해진다. 의사에게는 본인의 목표 수치가 얼마인지, 현재 수치에서 합병증 위험은 어느 정도인지, 약 조정이 필요한지, 저혈당 걱정은 없는지를 물어볼 만하다. 복용 약에 관한 궁금증은 약사에게, 당뇨 관리 교육이나 생활 습관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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