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자체의 불편함과 혈관 손상으로 생기는 합병증은 구분해야 한다
마지막 안과 검사일과 신장·발 검사 일정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뇨 진단을 받고도 당장 아픈 곳이 없으면 “당뇨로 죽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마음을 놓기 쉽다. 당뇨 자체로 목숨을 잃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당뇨가 위험하지 않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당뇨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는 심혈관 합병증, 뇌혈관 합병증, 신장병이 꼽히기 때문이다.
눈과 신장, 신경은 증상 없이 나빠질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눈, 신장, 신경에 생긴다. 당뇨망막병증(망막 혈관이 손상되는 병)은 혈관이 약해진 뒤 출혈과 부종이 생기고, 비정상적인 새 혈관이 자라면서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아픈 느낌 없이 진행되다가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가 있고, 이미 잃은 시력은 되찾기 어려울 수 있다.
당뇨신장병은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계에서 시작해 신장 기능 저하,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악화되면 투석(기계로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치료)이 필요해진다. 이 병 역시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했을 때 이미 진행된 경우가 적지 않다.
당뇨신경병증은 발 저림, 감각 저하, 불타는 듯한 통증으로 나타나며 밤에 심해지기도 한다. 더 조심할 점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작은 상처를 모르고 지나치면 염증과 괴사(조직이 죽는 현상)로 번져 절단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
빈도를 보여주는 수치도 있다. 당뇨를 앓은 지 10년이면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망막병증이 생긴다는 수치, 환자의 40%에서 신장병이 나타나고 50%에서 신경병증이 나타난다는 수치, 15%가 발 궤양을 겪는다는 수치가 대표적이다. 투석 환자의 절반은 당뇨가 원인이라고도 한다.
혈관 손상이 출발점이나, 평균 수치와 개인의 위험은 다르다
합병증의 밑바탕에는 혈관 손상이 있다. 높은 혈당이 이어지면 혈관 벽에 당 단백이 쌓여 혈관이 딱딱해질 수 있고, 만성 염증과 혈전(핏덩이) 증가도 혈관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증가는 동맥경화를 부추길 수 있다. 당뇨 환자는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2~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리 혈관이 막히면 걸을 때 종아리가 아플 수 있다. 눈, 신장, 신경의 문제는 작은 혈관이 손상되며 생기는 경우다.
합병증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치주염, 잇몸 출혈, 곰팡이 감염, 잘 낫지 않는 상처, 가려움, 폐렴과 요로감염이 대표적이다. 치주염은 2배, 치매는 1.5배 위험이 높다는 수치가 있고, 환자의 30%가 우울증을 겪는다는 수치도 있다.
다만 이런 수치는 환자 전체의 경향을 나타낼 뿐이며, 조사 대상과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위험이 높다는 말과 누구에게나 합병증이 생긴다는 말은 다르다. 어르신 개인의 위험은 당뇨를 앓은 기간, 혈당과 혈압 관리 상태, 흡연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담당 의사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더 살필 사람과 이미 합병증이 온 사람
증상이 없어도 검사를 미뤄 온 어르신, 당뇨를 오래 앓은 어르신, 고혈압이 함께 있거나 담배를 피우는 어르신, 복부 비만이 있는 어르신은 더 살필 필요가 있다.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안심만 할 일도 아니다. 합병증은 천천히 진행될 수 있어 지금 괜찮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괜찮다는 사실은 별개다.
몸에 신호가 나타나면 다음 검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진료를 받는 편이 좋다. 시야 이상, 침침함, 검은 점이 보이는 증상은 눈의 신호일 수 있고, 거품 소변, 부종, 소변량 변화는 신장의 신호일 수 있다. 발 저림, 감각 둔화, 낫지 않는 상처, 피부색 변화는 발의 신호로, 가슴 답답함과 숨참은 심장의 신호로 볼 수 있다.
합병증이 이미 생겼다고 관리를 포기할 일은 아니다. 망막병증은 레이저, 주사, 수술 치료를 검토할 수 있고, 신장병은 약물과 식사 조절로 진행을 늦춰 투석 시기를 미룰 수 있다. 신경병증도 혈당 조절과 통증약, 재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치료 효과는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일찍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 목표와 검사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흔히 제시되는 관리 기준은 당화혈색소(평균 혈당을 보여주는 수치) 7% 이하, 혈압 130/80 이하, LDL 콜레스테롤(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 100 이하다. 금연, 복부 비만 관리, 주 150분 운동도 함께 권장된다. 다만 나이와 지병, 저혈당 위험에 따라 적절한 목표는 달라질 수 있어 어르신 본인의 목표치는 주치의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검사는 안과, 신장, 발 검사와 심전도를 매년, 당화혈색소를 3개월마다 받는 일정이 일반적인 기준으로 제시된다. 스타틴(콜레스테롤 저하제)을 비롯해 처방받은 약은 거르지 않는 것이 기본이며,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복용 시간이나 다른 약과의 관계가 궁금하면 약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가족의 도움도 관리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부모가 당뇨를 앓고 있다면 약 복용과 식사 관리, 검진 여부를 함께 살피고, 검진 예약과 병원 동행, 발 상태 점검을 도울 수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라면 가까운 보건소에 만성질환 관리 상담을 문의해 볼 수 있다.
당장 할 일은 세 가지다. 마지막 안과 검사가 1년을 넘겼다면 예약을 잡고, 잠들기 전 발에 상처나 색 변화가 없는지 살피며, 남은 약의 양을 확인해 떨어지기 전에 처방을 받는 것이다. 다음 진료 때는 주치의에게 신장과 발 검사를 언제 받았는지, 어떤 검사가 남았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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