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 탄수화물과 단 음료, 양념 속 숨은 당이 혈당을 흔들 수 있다
식품 라벨을 살피고 식단 변경은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이거 하나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믹스커피와 떡을 곁들이는 식탁은 흔하다. 당뇨가 있는 어르신에게는 무엇을 더 먹을지만큼 무엇을 덜 먹을지가 중요할 수 있다. 다만 피해야 할 음식 목록을 안다고 해서 모두 한꺼번에 끊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며, 종류와 양을 조절하는 일과 무조건 굶는 일은 다르다.
혈당을 빠르게 올리기 쉬운 음식 일곱 갈래
먼저 꼽히는 것은 흰쌀밥, 흰빵, 면류다. 식이섬유가 적고 소화가 빨라 혈당이 쉽게 오르고 금방 배가 고플 수 있다. 이런 음식은 GI 지수(음식이 혈당을 올리는 빠르기를 나타낸 값)가 80 이상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흰쌀밥 한 공기를 각설탕 10개에 빗대는 설명도 있지만, 이는 이해를 돕는 비유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대안으로는 현미밥이나 잡곡밥, 통밀빵, 메밀국수가 거론된다.
두 번째는 설탕, 꿀, 시럽이다. 꿀이 설탕보다 낫다는 말이 있지만 혈당 관리에서는 꿀 역시 조심할 당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조림과 볶음 요리, 꿀차처럼 단맛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음식에도 들어갈 수 있다. 세 번째는 단 음료로, 탄산음료 한 캔에는 설탕이 30g가량 들어 있다는 설명이 있다. 콜라와 사이다뿐 아니라 과일 주스, 캔커피, 믹스커피, 이온 음료, 단 요구르트도 살필 대상이다. 제로 음료도 지나치게 마시는 것은 권하지 않으며, 평소 마실 것은 물이 기본이다.
네 번째인 빵, 과자, 떡은 설탕과 흰 밀가루가 겹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단팥빵, 크림빵, 카스텔라, 도넛, 쿠키, 시루떡 등이 여기에 든다. 다섯 번째는 단 과일과 말린 과일이다. 포도, 수박, 잘 익은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감, 홍시는 당도가 높고 건포도와 곶감은 당이 농축돼 있다. 과일은 무조건 금지 대상이 아니며, 사과나 배 반쪽, 블루베리, 딸기처럼 종류와 양을 고르는 쪽이 현실적이다.
여섯 번째는 부침개, 전, 튀김, 떡볶이 같은 밀가루 음식이다. 밀가루에 기름과 설탕이 더해지면 혈당과 체중 관리가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 떡, 전, 한과, 약과, 식혜, 수정과가 한 상에 오르는 명절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일곱 번째는 라면, 햄, 소시지, 통조림, 냉동 간편식, 컵밥 같은 가공식품이다. 당과 나트륨이 많고 식이섬유는 적은 제품이 많아 혈당과 혈압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단맛이 없어도 당은 있고, 술과 소금은 별개의 문제다
달게 느껴지지 않는 식품에도 당이 들어 있을 수 있다. 토마토케첩, 고추장, 쌈장, 갈비 양념, 불고기 양념, 일부 조미료와 드레싱이 대표적이다. 제품 뒷면의 영양 표시에서 탄수화물, 당류, 나트륨을 함께 확인하면 비슷한 제품 가운데 덜 부담스러운 것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술의 영향은 단맛과는 별개다. 마신 직후에는 혈당이 오히려 떨어져 저혈당(혈당이 지나치게 낮아진 상태) 위험이 있고, 오래 마시면 혈당 조절이 나빠지고 간이 상할 수 있다. 마시더라도 남성은 2잔, 여성은 1잔 이하로 줄이고 빈속에 마시지 않으며, 짜고 기름진 안주를 조심하라는 권고가 있다. 약을 술과 함께 먹지 않아야 하고, 이미 합병증이 있다면 금주가 원칙이다.
짠 음식은 혈당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고혈압과 심혈관 합병증 위험과 이어질 수 있다. 국물, 김치, 젓갈, 장아찌, 짠 반찬이 흔한 경로다. 혈당을 재는 일과 염분을 줄이는 일은 서로 다른 관리이므로, 혈당 수치가 괜찮다고 해서 간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을 먹느냐와 어떻게 먹느냐는 다르다
먹는 방식도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이 먹는 폭식, 다음 날 공복혈당(빈속에 잰 혈당)을 높일 수 있는 야식, 끼니를 거른 뒤 몰아 먹는 습관이 대표적이다. 식사를 빠르게 끝내거나 텔레비전을 보며 먹으면 포만감을 느끼기 어렵고 먹는 양을 가늠하지 못해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외식에서도 고를 여지는 있다. 한식당에서는 국물과 밥을 덜고 나물을 늘리며, 중식당에서는 탕수육과 면 요리 대신 채소 볶음을, 일식당에서는 우동과 라멘 대신 회나 구이를 고르는 식이다. 분식집에서는 떡볶이를 피하고 김밥과 순대의 양을 줄이는 것이 방법이다. 잔치나 명절에는 작은 접시를 쓰고 고기와 채소 위주로 담으며, 물을 자주 마시고 식후에 산책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음식이 집에 있으면 손이 가기 쉬우므로 처음부터 사두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과자가 생각날 때는 견과류를, 단것이 당길 때는 과일 조금을, 라면이 생각날 때는 달걀이나 두부를 떠올려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식단 조절은 혈당 관리의 한 축일 뿐, 약을 대신하는 방법과는 별개다.
그대로 따르면 안 되는 경우와 확인할 일
이런 안내는 당뇨가 있거나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들은 어르신에게 주로 해당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이 맞는 것은 아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진 어르신은 잡곡이나 견과류, 과일의 양을 의료진과 따로 정해야 할 수 있고, 씹거나 삼키기 어려운 어르신은 거친 곡물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자몽은 일부 약과 함께 먹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어 약사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저혈당은 또 다른 문제다. 혈당을 낮추는 약을 쓰는 어르신이 식은땀, 떨림, 어지러움을 느낄 때는 평소 피하던 단 음료나 사탕이 응급 대처에 필요할 수 있다. 평소 식단에서 줄이는 일과 저혈당 때 당을 보충하는 일은 구분해야 하며, 끼니를 거르는 방식의 식단 조절은 저혈당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피할 필요가 있다.
실천은 작게 시작할 수 있다. 냉장고에서 가공식품과 단 음료를 먼저 살피고, 장보기 목록에서 설탕과 라면, 빵을 줄이는 대신 채소와 생선을 더하며, 저녁 밥을 잡곡밥으로 바꾸는 식이다. 음식을 바꾼 뒤에는 혈당 변화를 기록해 진료 때 보여주면 상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약의 용량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혈당이 좋아졌다고 느껴도 스스로 정하지 말고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밥과 과일이 알맞은지는 나이와 체중, 복용 약, 합병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치의나 약사에게 묻고, 구체적인 식단이 필요하면 임상영양사 상담이나 가까운 보건소의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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