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식단으로 흔히 꼽히는 음식은 통곡물부터 식초까지 다양하다
음식은 혈당 관리를 돕는 수단일 뿐 약을 대신하는 치료는 아니다
식사 순서와 양부터 점검하고 약 조절은 담당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당뇨가 있는 어르신의 식탁에서는 밥을 얼마나 뜰지, 어떤 반찬을 올릴지가 매 끼니 고민거리가 된다. 혈당에 좋다는 음식은 귀리와 현미부터 계핏가루와 식초까지 여럿 꼽힌다. 다만 어느 한 가지 음식이 혈당을 잡아 준다는 말은 흔한 오해이며, 식단은 약을 대신하는 방법이 아니라 치료와 함께 이어 가는 생활 관리에 가깝다.

밥상의 뼈대는 통곡물과 콩, 생선, 채소

먼저 꼽히는 것은 귀리, 현미, 잡곡, 통밀빵 같은 통곡물이다. 식이섬유(몸에서 잘 소화되지 않는 섬유질)가 당 흡수를 늦춰 흰쌀밥보다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현미밥도 탄수화물이므로 양을 함께 줄여야 의미가 있다.

단백질 반찬으로는 두부조림, 콩자반, 청국장, 국물을 적게 한 된장국 등이 권해진다. 고등어, 연어, 꽁치 같은 등푸른 생선은 오메가3(혈관 건강과 관련해 알려진 지방산)가 들어 있어 주 2~3회 정도 챙기는 방법이 소개된다. 훈제하거나 짜게 간한 것은 나트륨이 많을 수 있어 피하는 편이 낫다.

시금치, 브로콜리, 케일, 상추, 부추 같은 녹황색 채소는 혈당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서 식이섬유와 엽산, 마그네슘을 보충할 수 있어 끼니마다 한 접시씩 곁들이는 것이 권해진다. 양파와 마늘은 생으로 샐러드에 넣거나 마늘을 다진 뒤 10분쯤 두었다 조리하는 방법이 알려져 있고, 장아찌는 싱겁게 담그는 것이 좋다.

간식과 양념은 양을 지킬 때 의미가 있다

호두, 아몬드,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는 하루 한 줌(약 30g)이 기준으로 제시된다. 짜거나 달게 가공한 제품보다 생견과류가 낫고, 열량이 높아 많이 먹으면 체중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블루베리, 딸기, 라즈베리 같은 베리류도 하루 한 줌 정도를 요거트에 넣거나 간식으로 먹는 방법이 있다.

계핏가루, 녹차, 식초는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자주 언급되지만 약처럼 효과를 기대할 대상은 아니다. 계핏가루는 하루 1~2g 정도를 커피나 귀리죽에 조금 뿌리는 수준으로 소개되며, 혈당약을 먹고 있다면 의사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녹차는 하루 2~3잔을 설탕이나 꿀 없이 마시되 공복에 많이 마시면 속이 쓰릴 수 있다. 식초는 샐러드 드레싱이나 오이·무 초절임처럼 음식에 곁들이고, 물에 탈 때는 충분히 희석해야 위에 부담이 적다.

음식을 고를 때는 혈당지수(GI, 음식이 혈당을 올리는 속도를 나타낸 값)도 참고할 만하다. 55 이하로 낮은 쪽에는 현미, 보리, 콩, 두부, 채소, 베리류가, 56~69인 중간에는 통밀빵, 파인애플, 삶은 고구마가, 70 이상으로 높은 쪽에는 흰쌀밥, 흰빵, 감자, 수박, 설탕, 단 음료가 꼽힌다. 다만 지수가 낮아도 많이 먹으면 혈당은 오를 수 있어 음식의 종류와 먹는 양은 따로 살펴야 한다.

좋은 음식과 치료는 다르고, 오해도 많다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채소를 먼저 먹고, 고기나 생선, 두부를 거쳐 밥을 마지막에 먹으면 식후 혈당이 급하게 오르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천천히 오래 씹기, 배부르기 전에 숟가락 놓기, 같은 시간에 세 끼 먹기, 굶었다가 몰아 먹지 않기도 같은 맥락이다.

흔한 믿음과 사실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단호박은 탄수화물이어서 양 조절이 필요하고, 꿀 역시 당분이라 설탕의 안전한 대체품으로 보기 어렵다. 과일도 당이 들어 있어 하루 1~2조각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권해진다. 당뇨에 특효라고 광고하는 식품 가운데 상당수는 효과가 과장됐을 수 있으므로 구입 전에 약사나 주치의에게 물어보는 편이 안전하다.

식단을 바꿨다고 해서 약을 스스로 줄이거나 끊는 일은 식단 관리와는 별개다. 혈당이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약을 바꾸거나 끊는 결정은 검사 결과를 보고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정해야 한다.

모두에게 같지 않다···확인하고 물어볼 것

이런 식단은 혈당이 높거나 당뇨 진단을 받은 어르신이 일상에서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누구에게나 그대로 맞는 것은 아니다. 신장 질환이 있는 어르신은 칼륨이나 단백질 섭취를 제한해야 할 수 있어 콩, 채소, 견과류의 양을 의사와 정할 필요가 있다. 피를 묽게 하는 약을 복용 중이라면 녹황색 채소 섭취량이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심부전 등으로 수분을 제한받는 경우에는 흔히 권하는 하루 물 1.5~2L가 맞지 않을 수 있다.

인슐린이나 혈당약을 쓰는 어르신은 끼니를 크게 줄이거나 저녁을 일찍 끝내고 오래 굶으면 저혈당(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상태)이 올 수 있다. 밤 9시 이후 금식이나 소식 같은 원칙을 시작하기 전에 복용 시간과 함께 확인해 두어야 한다. 씹는 힘이나 소화력이 약하면 현미와 생채소를 무리해서 먹기보다 부드럽게 조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낫다.

당장 시작한다면 쌀을 현미와 반반 섞어 밥을 짓고, 채소부터 먹고, 탄산음료와 단 커피를 물이나 녹차로 바꾸는 세 가지가 비교적 쉽다. 변화를 준 뒤에는 혈당 수첩을 가져가 진료 때 당화혈색소(일정 기간의 평균 혈당을 보여 주는 수치)와 함께 점검하고, 식단이 막막하면 주치의나 보건소, 병원의 영양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양을 정하는 것이 좋다.